그때 그 시절 문방구의 추억

크리스마스 카드 고르던 겨울의 설렘 – 따뜻한 마음이 오가던 그 시절

happy-lolo 2025. 10. 23. 18:29

찬바람이 불고, 하얀 입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우리의 마음 한쪽엔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의 향기가 스며들었다.

눈이 오지 않아도 괜찮았다. 거리마다 반짝이던 트리 장식, 붉은 리본, 그리고 문방구 앞 진열대에 놓인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그 자체로 겨울의 풍경이었으니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친구들과 함께 문방구에 들러 카드 코너를 구경하던 그때의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 카드의 설렘

 

문방구 한켠을 채운 크리스마스 카드의 반짝임

문방구 문을 열면 종이 냄새와 잉크 냄새가 섞인 따뜻한 향기가 풍겼다. 그 향기 속에 섞여 있던 건 카드 특유의 광택지 냄새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문방구 주인 아저씨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시했다.
하얀 눈송이, 루돌프, 산타, 트리, 초록빛 리본… 카드 하나하나가 마치 겨울의 작은 작품 같았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표정으로 카드를 고르곤 했다.
이건 너무 귀엽고… 이건 너무 반짝이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누구에게 줄지를 떠올리는 그 시간이, 겨울방학보다 더 기다려지는 순간이었다.

 

 

카드 한 장에 담긴 마음 – 짧은 문장, 깊은 온기

그 시절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다. 그건 마음을 담는 도구, 그리고 소통의 시작이었다.

아이들은 카드를 사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 조심스레 봉투를 열고, 색색의 펜으로 메시지를 썼다.

친구야,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에도 같이 놀자.

선생님, 올해도 감사합니다.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그 문장은 짧았지만 그 안엔 진심이 있었다. 글씨는 삐뚤고 서툴렀지만 마음만큼은 곧았다.

카드를 접어 봉투에 넣고 하트 모양 스티커를 붙이던 순간의 설렘은 어떤 선물보다 값진 감정의 선물이었다.

 

 

친구들 사이의 작은 이벤트 – 교실 속 카드 교환식

12월 중순이 되면 교실 분위기엔 눈에 보이지 않는 들뜸이 번졌다.
책상 위에는 크리스마스 카드 더미가 하나둘 쌓였고, 서로 눈을 마주치면 웃음이 터졌다.

너한테 카드 썼어;
그 한마디가 얼마나 설레는 말이었는지 모른다.

책상 서랍을 열면 하얀 봉투 속에 카드가 하나 들어 있었다.
거기엔 친구의 이름과 함께, 서툰 손글씨로 적힌 따뜻한 문장이 있었다.

때로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몰래 주기도 했다.
다음날 그 친구의 손에 들린 카드를 보며 괜히 가슴이 뛰던 그 시절, 그건 첫사랑보다 순수한 겨울의 설렘이었다.

 

 

문방구의 겨울, 그리고 선물보다 따뜻한 손편지

문방구에서는 카드뿐 아니라 리본, 반짝이펜, 색연필, 작은 종이 인형 등이 함께 팔렸다. 아이들은 카드를 꾸미기 위해 반짝이펜을 사고, 작은 스티커를 붙이며 정성을 더했다.

그냥 사서 쓰면 재미 없잖아. 내가 직접 꾸밀래.
그 말은 어린 마음 속에서도 진심의 의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카드를 다 꾸미면, 문방구에서 산 작은 종이봉투에 넣어 친구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겨울방학 전날, 눈처럼 흩날리던 카드들은
그 시절의 따뜻한 인사 문화이자, 교실 안의 축제였다.

 

 

겨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풍경들

이제는 손으로 카드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SNS 메시지, 이모티콘, 영상 카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물론 그 또한 편리하고, 빠르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때의 카드는 시간이 담긴 온기였다. 한 글자 한 글자 적으며, 상대를 떠올리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 한 장에 적힌 몇 마디가 그 시절엔 하루 종일 기분을 좋게 했다. 그건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따뜻한 증거였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고르던 설렘, 지금 우리에게 남긴 의미

그 시절의 크리스마스 카드는 단지 보내기 위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건 기억의 상징이자, 소통의 감정 연습장이었다.

손끝에 닿던 종이의 질감, 카드를 펼칠 때 들리던 사각 소리, 그리고 반짝이 스티커의 작은 빛까지 
그 모든 것이 마음을 포근하게 감쌌다.

지금 다시 그 시절의 카드를 꺼내본다면 우리는 아마 그 안에서 사람 냄새, 마음의 온기, 그리고 유년의 순수함을 함께 느낄 것이다.

 

 

마무리 – 한 장의 카드, 한 사람의 겨울

겨울이 되면 우리는 여전히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예전처럼 카드를 고르며 설레던 풍경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담는 행위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손으로 적지 않아도,
그 시절의 감정처럼 누군가를 따뜻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크리스마스 카드다.

언젠가 다시 누군가에게 직접 쓴 카드 한 장을 전할 수 있다면 그건 세상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선물이 될 것이다.

하얀 눈이 내리던 그 겨울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다시 포근한 카드 한 장의 온기가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