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속 구슬과 딱지의 비밀 — 문방구에 잠든 어린 날의 시간들

happy-lolo 2025. 10. 27. 08:40

햇살이 비추던 오후,
문방구 카운터 위에 놓여 있던 유리병 하나.
그 속에는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의 구슬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유리병을 흔들면 딸랑 소리가 났고, 그 안의 구슬들은 빛을 받아 마치 작은 보석처럼 반짝였습니다.

그때 어린 우리는 그 구슬들이 왜 그렇게 반짝이는지 몰랐습니다.

단지, 손에 넣고 싶었고 내 주머니 속에서도 그 반짝임이 멈추지 않길 바랐을 뿐이었습니다.

문방구의 유리병 속 구슬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보물이자 꿈의 조각이었습니다.

하나에 50원, 반짝이는 색깔에 따라 100원까지도 하던 그 구슬은 각자의 세계를 품은 듯했습니다.

파란 구슬은 바다 같았고,
초록 구슬은 숲 속을 닮았으며,
빨간 구슬은 마음속 용기를 닮았습니다.

그 구슬을 손에 쥐면 마치 작은 우주를 손 안에 담은 기분이었습니다.

문방구 앞 골목에서 펼쳐졌던 딱지 전쟁.
바닥에 깔린 흙먼지 위로 아이들의 함성이 터졌습니다.

“한 판 더 하자!”
“이번엔 내 특제 딱지야!”

딱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기술과 전략, 자존심이 걸린 작은 전투의 장이었습니다.

문방구에서 100원에 사던 딱지 한 묶음.
그 속에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히어로들이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딱지를 맞붙이며 누가 더 강한지, 누가 더 운이 좋은지를 겨뤘습니다.

겉보기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유리병 구슬과 딱지. 하지만 그 둘은 문방구라는 세계 안에서 언제나 함께 존재했습니다.

구슬은 빛을 담고, 딱지는 힘을 담았습니다.
구슬은 고요함 속의 아름다움이었다면, 딱지는 움직임 속의 열정이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동적의 경쟁이 공존했던 그 시절의 문방구는 아이들의 세상 전체를 품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우리는 주머니 속 구슬을 꺼내 들었습니다.
바닥에 작은 원을 그리고 차례로 구슬을 던지던 놀이. 구슬치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손끝의 힘 조절 하나로 승패가 갈렸고, 구슬이 튕겨나가는 순간 모두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구슬이 원 안의 다른 구슬을 튕겨내면 그건 곧 승리의 순간.

딱지처럼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정확함, 집중력, 감정의 진폭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유리병 구슬 하나에는 그날의 기분이 담겨 있었습니다.
시험을 잘 본 날엔 반짝이는 구슬을, 속상한 날엔 어두운 색 구슬을 골랐습니다.

구슬을 통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일종의 감정의 언어였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말을 아끼던 아이들이었지만, 구슬의 색으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딱지는 그저 종이였지만, 그 종이 하나에 담긴 기술은 놀라웠습니다.

강하게 던질 줄 아는 손목 스냅, 바람의 방향을 읽는 눈, 상대의 딱지를 읽는 통찰력.

그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인생의 축소판이었습니다.
패배를 인정하고 다음 기회를 준비하며 이기는 방법보다 지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문방구는 세상의 시계와 달랐습니다.

그곳의 시간은 천천히, 따뜻하게 흘렀습니다.

유리병 속 구슬은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서 반짝였고, 딱지는 바람에 흩날리다 다시 모였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났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순수의 시간이 바로 문방구의 공기 속에 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유리병도, 딱지 더미도 보기 어렵습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엔 여전히 문방구가 있습니다.
그 진열장에는 반짝이는 구슬이 있고, 서랍에는 구겨진 딱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어린 날의 감정과 시간의 기록입니다.

유리병 속 구슬과 딱지는 결국 우리 마음속의 순수함이었습니다.

그 구슬의 반짝임은 호기심,
딱지의 싸움은 열정,
그리고 문방구의 풍경은 시간의 멈춤을 상징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작은 물건에 세상을 담을 줄 알았습니다.
그 마음이야말로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