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한 개의 설렘 — 문방구 앞 오락기 풍경 속으로

happy-lolo 2025. 10. 29. 08:30

그 시절, 골목길마다 작은 문방구가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문방구 앞은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한쪽에는 불량식품 진열대가, 다른 쪽에는 오락기 한 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락기 앞엔 항상 아이들의 줄이 있었습니다.

해질 무렵이면 학교가 끝나고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손에는 동전 한두 개, 눈에는 반짝이는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그 순간 그 작은 공간이 우리에게는 놀이터이자 꿈의 경기장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게임을 할 수 없던 시절, 우리는 오락기 앞에서 기다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문방구 안에 있던 오락기 앞에는 항상 다섯 명, 여섯 명씩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너 다음 나야!”
“먼저 왔잖아!”
줄 서기 순서를 두고 벌어지는 작은 다툼 속에도 웃음이 있었습니다.
한 판이 끝나면 모두가 환호했고,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가면 아이들의 눈빛이 다시 모니터로 집중되었습니다.

그 오락기 화면 속 불빛은 어린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의 돈으로는 아무 의미 없는 50원, 100원이지만 그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값진 시간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한 판을 위해 손에 쥔 동전이 땀에 젖고, 게임이 끝나면 허공을 바라보며 “아까 점수 더 나왔는데…” 하던 친구의 얼굴.
그 순간 우리는 승패보다 더 중요한 즐거움’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때 이미 인생을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차례를 기다리고 한 번의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그리고 패배해도 다시 웃을 수 있는 법을 말입니다.

문방구 오락기 앞은 아이들의 작은 사회였습니다. 누가 제일 잘하는지, 누가 가장 오래 버티는지 그 순서가 하루의 영웅을 결정했습니다.

승자는 늘 박수를 받았고, 패자는 다음 날 더 열심히 연습해 돌아왔습니다.
그 경쟁 속에는 미움보다 존중과 응원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야, 잘했다!”

“다음엔 나도 그렇게 해볼게.”
그 한마디가 어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락기의 전원 소리 삐-와 함께 문방구 안쪽에서는 껌 포장지가 찢어지는 소리, 학생들이 내미는 100원짜리 동전의 딸깍거림이 들렸습니다.

바닥에는 먼지가 조금 쌓여 있었지만 그곳에는 웃음과 열정, 그리고 희미한 과자 냄새와 플라스틱 향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 냄새는 지금도 기억 속에서 따뜻하게 피어오릅니다.

그 시절 문방구는 어린이의 세상이었습니다.

돈이 없어도 놀 수 있고, 친구와 함께라면 어떤 하루라도 행복했던 곳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골목의 문방구가 사라지고 오락기 대신 카페와 세탁소, 편의점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그 오락기 앞에서의 설렘과 떨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모니터 속 픽셀이 깜빡이던 순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손바닥의 땀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세상은 변했지만 그 시절의 우리는 아직 그 화면 속 어딘가에서 끝나지 않은 한 판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끔 TV에서 복고풍 오락기나 문방구 장면이 나오면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따뜻해집니다.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기억은 잊히지 않습니다.

아마 그 시절의 우리는 게임의 승패보다 함께 줄 서 있던 시간 자체를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보며 함께 환호하고 순서를 양보하던 그 마음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이제 어른이 되어 더 좋은 기술과 기기를 사용하지만 그 시절의 따뜻함과 느림의 미학은 되찾기 어렵습니다.

오락기 앞에서의 기다림, 차례를 정하던 손가락의 떨림 그 모든 게 우리 마음속의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도 문득 떠오릅니다.
“너 다음 내 차례야!”
그 웃음소리와 함께 문방구의 불빛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켜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