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앞 눈싸움 대회 — 겨울을 품은 골목의 추억
눈이 오면 우리는 두근거렸습니다.
학교에서 창밖을 보며 속삭이던 말,
“오늘은 눈싸움하자!”
그 약속의 장소는 언제나 문방구 앞 골목이었습니다. 바닥에는 눈이 소복이 쌓이고, 문방구 간판 위에도 하얀 눈이 포근히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미 아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눈을 뭉치고, 웃고, 달리고, 넘어지고 그러다 다시 일어나 손을 털며 웃던 그 순간들.
문방구는 그 시절, 겨울의 경기장이었고 우정의 무대였습니다.

문방구 앞, 자연스러운 겨울 놀이터
문방구는 사계절 내내 아이들의 중심이었지만 겨울엔 그곳이 특별히 더 생기 넘쳤습니다.
불량식품 냄새와 따뜻한 김이 퍼지는 문방구 안쪽에서는
“오징어 땅콩 한 봉지!”
“10원짜리 껌 두 개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밖에서는 아이들이 눈덩이를 만들며 깔깔 웃고 있었습니다.
그 겨울 공기 속에는 차가움보다 온기가 있었습니다.
한 손엔 눈덩이, 다른 손엔 문방구표 간식 그 조합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문방구 앞 눈싸움 대회의 시작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면 문방구 앞은 자연스럽게 경기장이 되었습니다.
“팀 나눠!”
“이긴 팀은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먹기!”
그 한마디에 모든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양쪽 골목으로 나뉜 아이들은 손으로 눈을 굴리고, 손장갑 대신 주머니 속 손으로 눈덩이를 뭉쳤습니다.
눈이 너무 차가워 손이 얼어붙어도 웃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눈이 얼굴에 맞아도 화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야, 그건 반칙이야!” 하고 소리치면서도 곧바로 웃음이 터졌습니다.
경기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순간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으니까요.
문방구 아주머니의 미소
눈싸움이 한창일 때, 문방구 아주머니는 늘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 녀석들, 가게 앞 다 망가지겠네!”
하지만 그 목소리 끝에는 늘 웃음이 섞여 있었습니다.
가끔은 따뜻한 호빵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거 먹고 조금 쉬었다 해.”
그 한마디는 한겨울의 추위도 녹이는 주문 같았습니다.
문방구 아주머니의 미소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겨울의 햇살입니다.
경기의 규칙, 그리고 우정의 법칙
눈싸움 대회에는 분명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 얼굴에 맞추지 않기
- 도망칠 땐 골목 끝까지 가지 않기
- 맞아도 울지 않기
누구 한 명이라도 이 규칙을 어기면
“그건 진짜 반칙이야!” 라며 모두가 나섰습니다.
이 규칙은 누가 정한 것도 아니고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서로를 아끼던 마음에서 나온 어린 시절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때 배운 공정함과 배려는 어쩌면 학교에서 배운 어떤 교훈보다도 오래 남았습니다.
눈 위에 남은 발자국, 그리고 웃음소리
경기가 끝나면 눈밭에는 발자국이 엉켜 있었습니다.
그 위에 떨어진 작은 사탕 포장지, 누군가 흘린 장갑 한 짝 그리고 문방구 불빛이 그 장면을 부드럽게 감쌌습니다.
“내일 또 하자!”
그 말이 들리면 아이들의 얼굴에는 피곤함 대신 웃음이 피었습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ㅜ손은 시렸지만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그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겨울 풍경이자 유년기의 상징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사라진 경기장
이제는 눈이 와도 아이들이 밖으로 뛰어나오지 않습니다.
게임은 화면 속으로 들어갔고 문방구 대신 카페와 편의점이 골목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 시절 문방구 앞의 눈밭이 남아 있습니다.
한겨울 바람이 불면 그 기억이 다시 피어오릅니다.
그 시절의 우리는 단순히 놀던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마무리 — 눈싸움은 끝나도 추억은 녹지 않는다
이제는 눈이 와도 문방구 앞에서 눈싸움을 할 수 없지만 그 기억은 눈처럼 쌓여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웃고, 맞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던 그 시간.
그때의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친구들이었고 그 공간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경기장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문방구는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영업 중입니다.
하얀 눈이 내릴 때마다, 그곳의 아이들이 아직도 외치고 있을 겁니다.
“이긴 팀은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먹기!” 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