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문화재

국가무형문화재 단청장 인터뷰 – 붓끝에 전통을 담는 사람들

happy-lolo 2025. 7. 28. 08:00

단청은 수백 년 전부터 한국의 건축과 정신문화에 깊숙이 스며든 예술이자 철학입니다. 화려한 색과 정교한 문양 뒤에는 오랜 시간의 훈련과 수양을 거친 단청장이 존재합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은 단청 기술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장인을 뜻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색을 입히는 기술자가 아니라 색과 문양을 통해 철학과 역사를 그려내는 조형예술가이자 정신문화의 전승자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 단청장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삶, 철학, 작업 방식, 그리고 단청에 담긴 의미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붓끝에 전통을 담는 사람

 

 

단청장이 되기까지 – 수련의 시간

단청장 A씨(가명)는 젊은 시절 불교 사찰에서 처음 단청 작업을 접했다고 합니다.
"한 번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예술이었어요. 색이 단순히 색이 아니라, 삶의 철학처럼 느껴졌습니다."

단청을 배우기 위해 그는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녔고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전수 과정을 신청해 10년 넘게 사사(師事)를 받았습니다.
"기술보다 먼저 배운 건 참을성이었습니다. 붓을 드는 건 마지막이었고, 그 전에 철학을 공부했어요."

그는 단청장의 길이 기술이 아니라 정신을 닦는 과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청의 문양과 철학 – 붓질 하나에 담긴 의미

"문양을 그릴 땐 그냥 따라 그리지 않아요. 연꽃을 그릴 땐 연꽃이 왜 피는지, 왜 탁한 물에서 피는지를 이해하고 그려야 하죠."

단청장 A씨는 모든 문양에 철학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연꽃은 수행, 구름은 자유, 박쥐는 복, 불꽃은 지혜를 의미하며 이를 표현할 때 색의 순서, 선의 두께, 배치 구도까지 엄격한 규칙이 있습니다.

"색 하나, 선 하나가 의미 없는 게 없어요. 붓질 하나가 수천 년 문화를 대신 말하죠."

 

작업의 어려움 – 정성과 고요함

단청장은 말합니다.
"단청 작업은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없이 붓을 들어야 해요. 한 줄 잘못 그리면 처음부터 다시. 눈도 마음도 고요해야 돼요."

현장에서의 단청 작업은 수백 개의 격자 위에 문양을 나누고 붓의 농도, 손의 각도, 채색의 순서까지 철저한 정밀성을 요구합니다.
한 사찰의 지붕을 단청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며, 실내 천장이나 불단 단청은 1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단청장의 철학 – 문화유산을 넘겨주는 일

"우리는 단청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남겨야 할 정신'을 전달하는 거죠."

그는 단청장을 기술자가 아닌 철학자이자 전승자라고 정의했습니다.
"단청을 보면 그 시대의 사상, 가치, 자연관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단청장은 단지 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청이 단순한 장식으로 보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단청은 한국의 정신이자 색으로 표현된 철학입니다."

 

 

마무리

단청장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단청이 단순한 전통기술이 아니라 수백 년을 이어온 정신과 철학이 응축된 예술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붓 끝에서 살아나는 색과 문양에는 단청장이 견뎌온 시간, 스승으로부터 배운 가르침,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단청장이 들려준 이야기 속에는 아름다움은 시간 위에 그려진다는 말이 실감 났고, 그것이 곧 국가무형문화재가 지닌 진짜 가치임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며 누군가의 손끝을 통해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청장이 지켜온 그 색과 무늬는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보존해야 할 살아 있는 문화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