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아남은 무형문화재: 새남굿 전승자 인터뷰
도시 한복판에서 꺼지지 않는 굿의 불빛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공간입니다. 빠른 속도, 빛나는 고층 건물, 끝없는 소비와 이동 속에서 전통은 종종 잊혀지거나 박제된 모습으로만 남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 한가운데에도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새남굿이라는 무형의 문화를 온전히 품고 그것을 전승해 나가는 무당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굿은 텔레비전 속 장면이나 전통문화의 일환으로 가볍게 소비되는 이미지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남굿은 단지 옛 풍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생생한 의례입니다.
인터뷰에서는 서울 도심에서 새남굿을 이어가고 있는 전승자를 만나 그가 겪은 갈등과 소명의식, 그리고 무형문화재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글은 단순한 인터뷰 기사를 넘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문화적 기록입니다.
굿은 삶이고, 마음이며, 시대의 거울입니다.
서울 종로의 좁은 골목 안쪽, 한옥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한 무속당에서 새남굿의 전승자인 무당 박○○ 씨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30년 넘게 이 일을 해왔고 그동안 수많은 사람의 삶과 죽음을 마주해왔습니다.
새남굿은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서울 지역 특유의 굿으로 죽은 이의 넋을 위로하고, 남겨진 자들의 아픔을 다독이는 역할을 합니다. 박 씨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굿을 미신이라고 말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힘들고 막막한 순간에는 사람들은 다시 굿을 찾아요. 그게 바로 굿의 본질이에요.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대신 풀어주는 일을 해요.
그녀의 말에는 세속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되어온 무속의 깊은 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박 씨는 굿이 단지 무속 신앙이 아니라 치유와 공동체 회복의 의식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새남굿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가족을 위한 보내기 의식으로 인간의 존엄과 삶의 마지막 단계를 진중하게 다루는 의례입니다.
도시에서 굿을 한다는 건 쉽지 않아요. 소리도 제한되고 이웃의 눈치도 봐야 하니까요. 하지만 누군가의 마지막 길을 온전히 예우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해요.
도시 속 전승,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
새남굿은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박 씨와 같은 전승자들의 노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승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교육을 받으려는 제자들은 줄었고 무속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여전히 냉랭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씨는 오히려 도시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전에는 굿을 하려면 꼭 시골로 가야 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도심에서도 조용히, 의미 있게 굿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가족 중 누군가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삶이 멈춘 경우, 사람들은 어딘가에 마음을 붙이고 싶어 하거든요. 굿은 그런 마음을 다독이는 장치예요.
실제로 박 씨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굿을 영상으로 송출하거나 1인 진행으로 축소하여 수행하는 방식으로 전통의 형식을 유연하게 변화시켰습니다. 이는 전통을 고수하는 동시에 현대와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나는 형식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절차가 다소 간소해져도 진심이 들어가면 굿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의례가 돼요.
새남굿의 미래를 묻다
인터뷰의 마지막에 박 씨에게 새남굿의 미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통은 반드시 오래된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정신이 이어지는 게 중요하죠. 나는 죽기 전까지 이 일을 할 거예요. 그리고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이 가치를 이해하고 나서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그녀는 제자를 양성하고 있으며, 서울 내 몇몇 문화기관과 함께 새남굿에 대한 워크숍이나 해설 프로그램도 기획 중입니다. 굿을 직접 경험하거나 배워보려는 사람들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새남굿을 단지 종교적 의례가 아닌 문화적 자산으로서 인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입니다.
마무리: 살아 있는 무형문화재, 그 안에 숨겨진 인간의 서사
새남굿은 단지 전통의 일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을 위로하고, 죽음을 품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하는 의식 그 자체입니다. 박 씨와 같은 전승자들은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도 굿의 정신을 지키며 잊혀져가는 전통에 숨결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삶이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때로 멈춰 서서 묻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누가 나의 마음을 알아줄까?
그 답은 어쩌면, 굿의 북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무당의 진심 어린 목소리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통은 멈춰 있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고통, 사랑, 이별, 그리고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새남굿은 지금도 도시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그러나 깊게 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