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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로 재해석된 무가와 사운드 퍼포먼스 - 전통의 울림을 다시 부르는 현대의 예술가들

happy-lolo 2025. 8. 6. 08:15

굿소리가 다시 무대를 울리기까지

한때 미신이라 불리며 공공연한 자리에서 밀려났던 굿의 소리, 즉 무가는 이제 새로운 예술언어로 다시 불리고 있습니다.

단지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을 줄 알았던 무속의 음악이 이제는 사운드 아트와 결합되어 현대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전통 무가는 인간의 삶과 죽음, 절망과 소망, 질병과 회복 같은 깊은 주제를 품고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오늘날 예술가들의 감각과 맞닿으며 새로운 재해석의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무속의 언어를 빌려 인간 내면의 감정을 풀어내고 사운드 퍼포먼스라는 확장된 공간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구현합니다.

 

이 글은 무가가 현대 사운드 아트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감각적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현대 예술로 재해석된 무가

 

무가는 왜 예술가들의 재료가 되었는가?

현대 예술가들은 전통이라는 단어를 단지 과거의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속의 언어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정제하지 않은 채 드러내기 때문에 현대인의 감성과 예술적 탐구에 매우 적합한 도구로 여겨집니다. 특히 무가는 가사(歌詞)와 음율, 리듬, 감정 표현이라는 점에서 음악적 요소가 풍부하며 현대음악이나 실험음악에 흡수되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무가를 활용한 퍼포먼스 작업은 단순한 재연이 아니라 재구성에 가깝습니다.

예술가들은 무당의 음성을 전자음과 섞거나, 실제 굿 현장에서 채집한 소리를 변형시켜 무대 위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환원합니다. 이는 단지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무속의 철학이 현대 언어로 다시 번역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티스트는 굿의 초입에서 들리는 부르는 소리를 반복해서 루핑(looping)하거나, 무당의 목소리를 레이어링하여 영적 에너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이 소리는 단지 청각적 자극이 아닌, 감정적 충돌과 감각의 해체를 유도합니다.

 

 

사운드 퍼포먼스와 무가의 결합 – 경계를 허무는 작업들

사운드 퍼포먼스는 음악, 설치미술, 연극, 퍼포먼스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형식입니다.

무가가 사운드 퍼포먼스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그 안에 포함된 리듬과 음성의 에너지 때문입니다. 무가의 절창과 같은 고음처리, 정해지지 않은 박자, 급격한 고저 변화는 청중에게 강한 몰입과 직관적 반응을 유도합니다.

서울, 베를린, 뉴욕 등의 현대 예술 무대에서는 이미 무가를 활용한 사운드 퍼포먼스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일부 독립 예술가들이 서울 거리극축제나 국립극장 실험무대 등에서 무속 기반의 사운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해외에서는 이를 코리안 샤먼 보이스 아트(Korean shaman voice art)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공연에서는 무가를 기반으로 한 보컬이 스피커를 통해 증폭되고 그와 동시에 LED 비주얼, 굿을 상징하는 상징물, 실시간 음향 왜곡 장치들이 함께 등장합니다. 이 복합적 구조는 관객에게 단지 보는 공연이 아니라 몰입하는 의례라는 체험을 선사합니다.

이런 작업은 굿의 신비로운 속성과 현대 기술의 조합을 통해 감각의 폭을 넓히며 굿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심리적 깊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무속성과 현대성의 공존, 그리고 논란

하지만 이러한 재해석 작업이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무속을 예술적 소재로 소비하는 것이 신성함을 훼손한다고 비판합니다. 굿은 특정 의례와 절차를 따라야 하는 종교적 행위이기 때문에, 그 맥락이 생략된 채 예술적으로 차용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 예술가들은 다음과 같이 반박합니다. 우리는 무속을 가볍게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의 인간적 통찰을 예술적 언어로 번역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건 복제나 흉내가 아니라 감응의 과정입니다.

실제로 몇몇 프로젝트에서는 무속인들과 협업을 통해 진정성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무당의 음성이나 춤을 단순히 기록하지 않고 그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신념을 바탕으로 공연을 구성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예술은 무속을 단순히 전통의 형태로만 소비하지 않고 그 정신을 공유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무리: 무가, 예술이 되는 순간

무가는 여전히 살아 있는 목소리입니다. 단지 굿판에서 울리는 노래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감정, 그리고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입니다. 예술가들은 그 울림을 단지 기록하거나 복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고 이를 통해 무가가 새로운 시대에도 유효한 목소리임을 증명합니다.

사운드 퍼포먼스로 재탄생한 무가는 이제 전시장, 극장, 거리 공연, 디지털 플랫폼까지 무대를 넓히고 있습니다. 굿이라는 오랜 전통이 더 이상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의 감각과 연결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전통이 단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이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무대 위에서 스피커에서, 몸짓과 소리 속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무속과 예술은 본래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모두 인간의 내면을 향한 질문이고 그 답을 찾기 위한 언어입니다.

오늘날 무가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며 잊혀질 뻔한 울림을 다시 우리 곁으로 데려오고 있습니다. 그 소리는 여전히 우리를 향해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