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골목에서, 어린 시절 문방구로 달려가던 나

그 시절, 우리에게 문방구는 우주였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동네 문방구.
낡은 간판, 삐걱대는 문, 유리 진열장 안의 반짝이 스티커와 오색빛 풍선껌.
학교가 끝나면 누구보다 빠르게 문방구로 달려갔습니다.
당시 문방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 세대의 놀이터이자 꿈의 공간이었습니다.

골목길에서 술래 잡기! 숨자! 하고 외치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바로 그 문방구 옆 골목으로 뛰어 들어가 숨었던 기억.
하루의 끝은 언제나 문방구로 향했습니다.

새 지우개를 고르고, 펜을 하나 더 집어 들며 그 작은 세상 속에서 행복을 느꼈습니다.

 

 

 

 

골목길의 숨바꼭질 —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들

골목길은 우리에게 세상의 중심이었습니다.
아스팔트가 아닌 시멘트 골목, 벽돌 담장 사이로 자라던 민들레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던 엄마의 “밥 먹어라~” 소리.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면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했습니다.
술래의 발소리가 다가오면 가슴이 쿵쾅거렸고, 문방구 앞 아이스크림 냉동고 뒤에 숨어 숨죽이던 그 긴장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때 문방구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모험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누가 먼저 달려가 “가위바위보!”를 외치느냐에 따라 오늘의 승자가 되고, 내일의 영웅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문방구로의 질주 — 어린 시절의 작은 전쟁

학교 종이 울리면 모든 아이들이 동시에 튀어나왔습니다.
목표는 단 하나, 문방구 1등 도착.
하교길 내내 이어진 문방구로의 질주는 그 어떤 달리기 시합보다 치열했습니다.

문방구 앞에는 언제나 줄이 있었습니다.
새로 나온 캐릭터 스티커, 불량식품, 오징어 땅콩, 딱지, 반짝이 노트 그리고 단돈 100원짜리 캡슐 뽑기 기계.
그 속에서 나온 반짝이는 장난감 하나에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뻤습니다.

그 작은 공간 안에는 우리의 웃음, 경쟁심, 우정, 그리고 어쩌면 첫사랑까지도 담겨 있었습니다.

 

 

잊히지 않는 문방구 물건들

그때의 문방구 물건들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기억의 조각입니다.

• 향기나는 지우개: 딸기, 사과, 포도 향이 섞인 지우개는 친구들 사이 인기 1위.
• 반짝이 볼펜: 편지 쓸 때마다 “이건 내 비밀펜이야” 하며 꺼내 들던 그 펜.
• 딱지와 구슬: 학교 운동장에선 이 작은 종이와 유리알이 권력의 상징.
• 불량식품: 색소 가득한 달고나, 괴상한 이름의 젤리, 하지만 그 맛이 세상 최고였습니다.
• 스티커북: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빼곡히 붙은 책 한 권이 친구관계의 통화처럼 쓰이던 시절.

이 물건들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감정은 여전히 우리 마음 한켠에 남아 있습니다.

 

사라진 문방구,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마음

지금의 아이들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원하는 것을 쉽게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다림의 설렘을 모릅니다.
오늘은 돈이 모자라서 내일 다시 가야 했던 그 감정, 친구에게 빌려 쓰고 몰래 돌려주던 그 긴장감 그리고 문방구 아주머니의 따뜻한 미소.

그 모든 것이 우리에게 사람 냄새 나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문방구는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감성 도서관이었습니다.

책 대신 연필과 딱지가 있었고 글 대신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다시, 골목길을 걷다

어느 날 우연히 고향의 골목길을 걸었습니다.
문방구가 있던 자리에 이제는 카페가 들어서 있고, 불량식품 대신 고급 커피 향이 골목을 채웁니다.

그럼에도 문득, 귓가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야, 숨지 말고 나와!”
“먼저 간다! 문방구에서 만나자!”

그때 그 시절의 우리는 여전히 그 골목 어딘가에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자라서 세상의 문방구를 떠나 각자의 길을 걷고 있을 뿐입니다.

 

 

마무리 — 우리 마음속의 문방구는 여전히 영업 중

우리가 잃은 것은 공간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의 속도일지도 모릅니다.
빨리 가기보다, 느리게 걷던 그 시절.
물건을 사기보다, 친구를 만나러 갔던 그 문방구.

이제는 잊힌 듯하지만, 그 작은 공간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불이 켜져 있습니다.
“오늘도 찾아와줘서 고마워”
그 시절의 문방구가 그렇게 말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