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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탕 하나에도 전략이 있었던 시절, 문방구와 슈퍼의 대결
    그때 그 시절 문방구의 추억 2025. 10. 31. 20:48

    우리 동네에는 늘 두 곳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문방구, 다른 하나는 슈퍼. 언뜻 보면 같은 물건을 파는 듯했지만, 두 곳은 서로 다른 공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문방구는 아이들의 세계, 슈퍼는 어른들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골목길에서는 그 두 세계가 늘 조용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불량식품 한 봉지, 스티커 한 장, 아이스크림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작고 따뜻한 전쟁이었습니다.

     

    사탕 하나에도 전략이 있었던 그 시절

     

    문방구의 전략 —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문방구는 언제나 알록달록했습니다. 형광색 포스터, 반짝이는 지우개, 캐릭터가 그려진 볼펜.
    문방구의 매력은 물건보다 분위기에 있었습니다.

    “100원에 두 개!”
    “오늘은 새로운 딱지가 들어왔어!”

    이런 외침이 들리면 아이들은 슈퍼보다 문방구로 몰려갔습니다.
    사실 문방구는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대화의 중심이었습니다.
    공책 한 권을 사러 가서 한참을 서성이고, 과자를 고르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가곤 했습니다.

     

     

    슈퍼의 전략 — 어른의 논리, 효율의 세계

    슈퍼는 정갈하고 질서 있었습니다. 벽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계산대 뒤에는 늘 주인아저씨의 눈빛이 있었습니다.
    문방구보다 조금 비쌌지만 종류는 많고 물건은 컸습니다.

    슈퍼에는 문방구에 없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얼음이 가득한 냉동고 속의 아이스크림, 커다란 음료수 병, 그리고 가정용 세제 냄새.
    아이들에게는 조금 무겁지만 신기한 세상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끔 친구들끼리 오늘은 슈퍼 가자 하면 왠지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단돈 10원의 차이 — 그 미묘한 균형

    재미있는 건, 두 상점의 경쟁은 늘 10원 차이에서 벌어졌다는 겁니다.

    문방구에서는 50원,
    슈퍼에서는 60원.
    이 10원이 우리 세대에게는 꽤 큰 돈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끊임없이 계산했습니다.
    “저기 가면 더 싸!”
    “근데 거긴 종류가 적잖아.”
    이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 안의 경제 감각과 판단력을 키웠습니다.
    어쩌면 문방구와 슈퍼의 경쟁은 아이들의 첫 번째 시장 공부였는지도 모릅니다.

     

    문방구파 vs 슈퍼파 — 나뉘었던 진영

    어린 시절엔 정말로 문방구파와 슈퍼파가 존재했습니다.

    문방구파는 새로운 딱지와 향기나는 지우개를 사랑했고, 슈퍼파는 과자 종류가 많고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이유로 슈퍼를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는 양쪽을 다 오갔습니다.
    숙제를 핑계로 문방구에 들렀다가, 더운 날엔 슈퍼에서 쿨피스를 마시던 그런 자연스러운 균형.

    그 시절엔 경쟁이 있었지만 그 경쟁은 미움이 아닌 즐거움의 경쟁이었습니다.

     

     

    사라져간 경쟁의 풍경

    지금은 동네 슈퍼도, 문방구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의 두 상점이 만들어낸 정서는 지금도 우리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습니다.
    손님과 주인 사이의 따뜻한 눈인사, 물건보다 마음이 먼저 오가던 시절.
    그 속에는 단순한 소비 이상의 정(情)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가게들이 사라져도 그 공간의 기억만큼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회상 — 경쟁이 아닌 공존의 시간

    돌이켜보면 문방구와 슈퍼는 경쟁자이면서도 이웃이었습니다.
    한쪽이 문 닫으면 다른 쪽에서 “오늘은 그쪽 가게가 쉬네?” 하고 알려줬고, 아이들이 모이면 함께 웃고 떠드는 공간이 됐습니다.

    문방구 아주머니와 슈퍼 아저씨,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사랑했습니다.
    한쪽은 “그냥 가져가, 다음에 줘도 돼.”
    다른 한쪽은 “오늘은 덤으로 줄게.”

    그 따뜻한 말들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마무리 — 경쟁이 사라진 세상에서 배운 따뜻한 경제학

    지금 우리는 가격비교 사이트와 앱을 통해 손쉽게 최저가를 찾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엔 눈빛과 정, 그리고 10원의 감정으로 거래를 했습니다..

    문방구와 슈퍼의 경쟁은 결국 사람 대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 아름다운 경쟁이었습니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그 기억은 효율보다 따뜻함을 아는 세대로 우리를 성장시켰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문득, 골목 어귀를 지날 때마다 속삭이고 싶습니다.
    “그 시절, 당신의 문방구와 슈퍼는 어떤 냄새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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