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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의 숨을 이어가는 배움의 터: 국가무형문화재 해녀학교
    카테고리 없음 2025. 8. 11. 08:10

    깊고 푸른 바다 속에서 맨몸 하나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닙니다. 그들은 수백 년 동안 자연과 공존해온 삶의 기술자이며 해양 생태와 전통문화를 몸으로 실천해온 생존의 지혜자들입니다.

    제주 해녀는 그러한 이유로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되었고 2016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해녀 공동체는 고령화, 인력 부족, 전통 단절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해녀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기존의 구술 전승 방식만으로는 새로운 세대에게 그 전통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해녀학교 입니다.

    해녀학교는 전통 해녀문화를 교육과 훈련이라는 방식으로 전승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이며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녀학교의 설립 배경, 교육 내용, 운영 방식, 그리고 그 문화적·사회적 의미에 대해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녀학교

     

     

    해녀학교의 탄생 배경: 소멸 위기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

    과거에는 해녀가 되기 위해 공식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나 이웃 해녀를 따라 물질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기술을 익혔고 이를 통해 세대 간 전승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구술 전승 방식은 점차 단절되기 시작했습니다. 도시화와 직업 다양화로 인해 젊은 여성들이 해녀의 길을 선택하지 않게 되었고 기존 해녀들 역시 고령화되면서 후계자 양성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해녀협회, 지자체 및 관련 단체들은 해녀 문화를 보존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해녀학교를 설립하게 됩니다. 해녀학교는 단순한 직업교육을 넘어서 해녀 정신과 윤리, 기술, 공동체 문화를 포괄적으로 교육하는 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녀학교의 교육 과정: 이론과 실습을 아우르는 커리큘럼

    해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과 실습을 함께 진행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잠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해녀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소양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익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론 교육

    해녀의 역사와 문화 이해

    해양 생태계 기초 지식

    수산자원 보호 윤리

    물질 관련 안전 교육

    해녀 공동체 운영 원칙

     

    해녀학교에서는 단지 잠수 기술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해녀가 지켜온 생태보존 정신, 공동체 윤리, 해산물 자원 보호 규칙 등 전통 지식 기반의 가치 교육을 중시합니다. 이를 통해 해녀가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해양 생태문화의 수호자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초 수중 훈련

    자유잠수 훈련(입수, 상승, 호흡법)

    수중 시야 확보 및 안경 착용법

    테왁, 망사리, 빗창 사용법

    저수심에서의 해산물 채취 실습

    위급 상황 시 대처법(수면 정지, 조난 시 응급 대처)

     

    수중 훈련은 대부분 얕은 수심에서 시작하며 참가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해녀학교는 전문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훈련을 지원하고 수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점진적으로 수중 활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커리큘럼을 운영합니다.

     

    입학 대상과 선발 과정

     

    해녀학교는 제주도민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타 지역 거주자나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으며 일부 해녀학교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본 지원 요건입니다.

    만 18세 이상 신체 건강한 성인

    해녀 활동에 관심이 있으며 물질 기술 습득을 희망하는 자

    장기적으로 해녀 활동 또는 관련 분야 종사를 희망하는 자

     

    선발은 지원서 심사, 면접, 체력 테스트 등을 통해 진행되며 해양 환경에 대한 기본 이해도와 수중 적응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됩니다. 입학 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교육생 신분으로 활동하며 정해진 시간 이상의 이수 조건을 만족해야 정식 해녀로 인정받습니다.

     

    해녀학교 졸업 후의 진로와 활동

     

    해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보통 지역 해녀회에 소속되어 활동을 시작합니다. 초보 해녀는 하군 해녀로 분류되어 얕은 수심에서 물질을 익히며 경력을 쌓습니다. 해녀회에서는 초보 해녀에게 멘토 해녀를 배정해 1:1 실습 지도와 조언을 제공합니다.
    또한 일부 졸업생은 해녀 문화를 소개하는 문화 해설사, 해양 생태 교육가, 해녀 체험 프로그램 강사 등으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해녀학교 수료생들이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을 통해 해녀의 삶을 소개하고 제주 해녀문화를 대중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녀학교는 단지 해산물 채취 기술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전통을 현대와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해녀학교의 문화적·사회적 가치

     

    해녀학교는 단순한 직업교육 기관이 아닙니다. 그것은 전통의 계승자 양성을 위한 문화 플랫폼이며 공동체 정신의 재건을 위한 사회적 실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성 자립과 역량 강화

    해녀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상징하는 직업이었습니다. 해녀학교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직업적 기회를 제공하며 독립적인 삶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참여가 늘면서 해녀는 다시금 젊은 여성의 삶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해양 생태 실천

    해녀학교에서는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해녀가 단지 채취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양 생태를 관리하고 보존하는 주체임을 가르치며 생태 윤리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합니다.

     

    지역 공동체 활성화

    해녀학교를 통해 지역 해녀회와 연계가 이루어지며 해녀회는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성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외부인이 마을에 정착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지역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실제 운영 사례: 제주 해녀학교와 전국 확산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여러 개의 해녀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제주시 해녀학교, 서귀포 해녀양성교육원 등이 있습니다. 이들 기관은 제주도와 해녀협회의 지원 아래 운영되며 매년 수십 명의 교육생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전라남도 고흥, 울릉도 등에서도 지역 해녀학교 설립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해녀 문화를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적 문화자산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마무리: 해녀학교, 전통을 미래로 잇는 다리

     

    해녀학교는 과거의 해녀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바다와 함께 살아온 방식에 현대의 제도와 교육이라는 도구를 결합한 혁신적인 시스템입니다. 이곳에서는 단지 바다에서 숨을 오래 참는 법만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해녀학교는 사람들에게 전통을 이해하는 법,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철학을 가르칩니다.

    지금 우리는 단절 위기에 놓인 해녀 문화를 어떻게든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 해답은 해녀학교라는 새로운 시도 속에 담겨 있습니다.

    전통이란 것은 기록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사람이 배우고, 실천하고, 이어갈 때만 전통은 생명력을 갖습니다. 해녀학교는 그 생명력을 지켜가는 조용한 교육 현장이자 전통과 미래를 잇는 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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