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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장만 가질수 있었던 출석부와 전용 펜 — 교실의 작은 권위와 책임의 상징
    문방구와 추억의 물건 2025. 10. 17. 08:30

    한때 교실에는 작은 사회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대통령이었고, 반장은 작은 리더였습니다. 그리고 그 리더의 손에는 늘 두 가지 물건이 들려 있었습니다. 바로 출석부와 반장 전용 펜입니다. 지금의 교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물건들이지만, 그 시절 그것들은 질서와 신뢰, 그리고 책임의 상징이었습니다.
    문방구에서 파는 수많은 학용품 중에서도 유독 반장의 펜만은 특별한 물건으로 여겨졌습니다.

     

     

    출석부와 반장 전용 펜

     

     

     

    교실의 질서를 지탱하던 도구, 출석부

    출석부는 단순히 이름을 적는 노트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한 반의 하루를 기록하고, 교실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기록의 상징이었습니다.

    출석부 표지에는 ○○초등학교 3학년 2반 같은 문구가 또렷이 새겨져 있었고, 안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반듯하게 줄지어 있었습니다.

    반장은 매일 아침 교탁 앞에 서서 출석을 불렀습니다. 김민수, 여기요! 박지현, 결석! 그 짧은 시간 동안 반장은 교실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대답할 때마다 체크되는 작은 동그라미와 ‘/’ 표시들은 그 하나하나가 교실의 일상과 질서를 이어주는 의식 같은 행위였습니다.

     

     

    반장의 펜, 교실의 권위의 도구

    출석부에는 아무 펜으로나 이름을 쓸 수 없었습니다. 항상 반장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펜, 일명 반장 전용 펜이 있었습니다.

    그 펜은 문방구에서 산 것이라도, 누가 봐도 일반 펜과는 다른 존재감이 있었습니다. 금속 재질의 뚜껑, 반짝이는 클립, 때로는 파란빛이 도는 잉크, 그 펜을 쥔 순간 평범한 학생은 대표가 되었습니다.

    교실의 누군가는 그 펜을 빌리고 싶어 했고, 또 누군가는 그 펜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했습니다. 그 작은 펜 한 자루가 교실의 질서와 자부심을 함께 상징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출석부와 펜이 만들어낸 소통의 방식

    교실의 소통은 단순한 말보다 기록과 표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출석부는 말보다 글이 먼저였습니다.
    반장은 친구의 이름 옆에 작은 표시를 하며 그날의 존재를 기록했습니다. 그 표시는 단순한 점 하나였지만, 그 속에는 오늘도 함께 있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지금의 출석 체크 버튼보다 훨씬 따뜻한 방식이었습니다.

    반장이 친구 대신 출석을 불러주는 일도, 결석한 친구 옆에 연필로 글을  써 넣던 손끝도, 그 시절만의 정과 책임의 문화였습니다.

     

     

    반장의 출석부가 가르쳐준 책임의 감정

    출석부는 반장에게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책임을 배우는 경험이었습니다. 하루라도 출석부를 잃어버리면 마음이 불안했고, 잉크가 번져 이름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정성껏 써 넣었습니다.

    교실의 수십 명 이름을 매일 확인하고 기록한다는 일은,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맡겨진 작은 리더십 훈련이었습니다. 그 출석부를 손에 들고 서 있을 때 반장은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집단의 대표로서 존재했습니다. 그 감정이 나중에 사회 속에서 책임을 감당하는 능력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문방구와 연결된 교실의 권위 문화

    문방구는 교실 문화를 가능하게 한 조용한 조력자였습니다. 출석부의 표지를 덮을 투명 필름, 이름을 적을 때 쓰는 파란색 리필심,
    교탁 위에 얹힌 교실 도장과 스탬프까지 모두 문방구에서 태어난 도구들이었습니다.

    그 시절 문방구의 역할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사회적 상징물을 공급하는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반장 펜은 문방구에서만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별한 물건은 늘 그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교실 속 작은 권력과 인정의 심리

    어린 시절의 교실에는 미묘한 권력 구조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출석부를 들고 있는 반장은 항상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서고 싶은 마음은 단순히 권위를 향한 욕심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마음, 필요로 되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였습니다.

    반장의 펜을 부러워하던 친구들, 출석부를 대신 들던 날의 묘한 설렘, 그 모든 것은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감정입니다.
    출석부와 펜은 아이들의 세계 속에서 책임과 인정을 배우게 하는 상징적인 교구였습니다.

     

     

    기록의 힘 — 출석부에 남은 이름들

    출석부는 단순히 하루의 출결을 적는 기록장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한 학기의 추억과 교실의 역사가 담긴 소중한 기록이었습니다.

    출석부 맨 뒷장에는 종종 반장 메모가 적혀 있었습니다.
    다음 주 반 활동 계획, 시험 일정, 청소 당번 변경 같은 문장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종종 낙서처럼 오늘 진짜 피곤했다. 수업 중 웃겨서 못 참고 터졌다 같은 문장도 있었습니다.

    출석부는 그렇게 교실의 일기장이자, 반장의 솔직한 감정이 남은 비밀스러운 노트였습니다.

     

     

    사라진 물건, 사라지지 않은 의미

    이제 학교에서는 전자 출석부가 사용됩니다. 펜 대신 태블릿, 이름 대신 체크 표시가 화면에 남습니다.
    편리하지만 어딘가 공허합니다. 출석부의 종이 냄새, 펜의 잉크 냄새, 그리고 매일 이름을 부르던 따뜻한 목소리의 기억은
    디지털 화면 속에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잃은 건 불편함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온기일지도 모릅니다. 출석부와 펜은 사라졌지만 그것이 남긴 책임, 관계, 존중의 가치는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습니다.

     

     

    결론 — 출석부와 펜, 책임의 기억이 남긴 문화

    잊힌 문방구 물건들은 단순한 추억이 아닙니다. 그건 시대의 정서를 품은 감정의 기록물입니다. 특히 출석부와 반장 전용 펜은
    어린 시절 우리가 질서와 신뢰를 배운 상징적 도구였습니다. 아이들이 한 줄 한 줄 이름을 적어 넣던 순간, 그 안에는 단순한 출석 체크가 아니라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담겨 있었습니다.

    문방구가 사라지고, 교실의 도구들이 디지털로 바뀌었지만 그 시절의 교실 문화는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건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를 되찾게 하는 기억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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