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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 칠장(漆匠) – 천 년의 시간을 견디는 옻칠 장인의 세계국가문화재 2025. 7. 12. 08:20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인간은 나무나 금속, 도자기 위에 옻칠을 하여 그 수명을 늘리고 아름다움을 더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옻칠을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장인들을 칠장(漆匠)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옻칠이라는 자연 재료를 통해 기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깊은 아름다움을 구현해 왔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된 칠장은 한국 전통 공예기술의 정수로, 과학적이고도 예술적인 기술이 집약된 작업입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그 중요성과 깊이가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칠장이란 무엇인지 어떤 전통과 철학을 담고 있으며 현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상세히 소개합니다.
칠장(漆匠)이란 무엇일까요?칠장은 한자로 옻칠 칠(漆)과 장인 장(匠)을 쓰며 옻나무 수액인 칠(옻)을 이용해 목기나 가구, 불구(佛具), 공예품 등에 칠 작업을 하는 전통 장인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옻칠을 바르는 기술자가 아니라 기물의 재질, 용도, 환경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칠해야 할지를 판단하고, 수십 번의 공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전문가입니다.
칠장 기술은 한두 번의 작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옻을 채취하는 과정부터, 정제, 칠의 횟수와 방향, 건조와 연마, 마감처리까지 모든 공정이 수작업이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 덕분에 칠장의 작업물은 내구성과 방수성, 항균성을 동시에 갖춘 장수(長壽)의 공예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칠장의 역사 – 삼국시대부터 이어진 유산한국의 칠 공예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오래된 전통입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도 칠기(木器)가 발견되었으며 통일신라와 고려 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불구나 제기(祭器) 등에 옻칠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자개 장식과 함께 옻칠 기법이 발달하여 고려나전칠기라는 독보적인 예술 장르가 탄생하였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칠공을 관장하는 장인을 육성했으며 궁궐과 사찰, 왕실 용품에 칠장이 작업한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민간에서도 칠기 사용이 확산하며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칠기 제품이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칠장의 기술 – 단순한 칠이 아닌 과학과 철학칠장의 작업은 보기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철학적입니다. 옻칠은 건조 과정에서 산소와 반응하지 않고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적정한 조건에서만 건조되며 그렇지 않으면 칠이 뿌옇게 변하거나 갈라집니다. 따라서 장인은 기후와 계절, 날씨, 칠의 농도 등을 모두 고려해 칠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칠장은 크게 다음과 같은 기술 체계를 포함합니다.
칠 밑 작업: 목재나 금속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칠이 잘 먹을 수 있도록 밑칠을 합니다. 이 과정은 전체 공정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칠 올리기: 정제된 옻칠을 얇고 균일하게 여러 번 겹쳐 바릅니다. 한 번 칠하고 건조시키고, 다시 바르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합니다.
연마 및 마감: 건조된 칠을 갈아내고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은 후 마지막 마감 칠을 올립니다. 이 작업에서 작품의 광택과 질감이 결정됩니다.
칠장의 철학은 인내와 정밀함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의 공정을 성실하게 쌓아 올리는 과정은 장인의 내면 수양과도 연결됩니다. 또한 자연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과 환경 친화성이라는 현대적 가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칠장의 현대적 의미와 활용현대에는 산업화와 플라스틱의 대중화로 인해 옻칠 공예품의 수요가 급감했지만, 최근에는 천연소재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보건학적 가치: 옻칠은 천연 항균성을 지니고 있어 식기나 조리도구에 사용하면 곰팡이나 세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옻칠 접시가 의료용 식기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술적 가치: 칠장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색감과 형태, 질감을 조율할 수 있는 예술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대 칠장은 도예, 금속공예, 현대미술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장르 간 융합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문화재 복원: 사찰의 불상, 불구, 고가구 등 전통문화재 복원 작업에 칠장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전통 방식의 칠을 재현할 수 있는 숙련 장인이 많지 않아 그 희소성과 전문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로서의 칠장칠장은 1996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되었으며 오랜 전통을 가진 소수의 장인이 그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정부는 문화재청 산하 전수교육관을 통해 칠장의 기술 전수와 보존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숩나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전수자의 고령화: 현재 활동 중인 칠장 장인들 대부분이 고령이며 기술을 온전히 계승할 수 있는 젊은 전수자가 부족합니다.
작업 환경의 어려움: 옻칠은 민감한 재료로 건조와 보관에 많은 공간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옻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근조차 어렵기 때문에 인력 수급도 제한적입니다.
시장성 부족: 고급 공예품으로서의 가치는 높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아 생활 속에서 접하기 어려운 고급 문화재로만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와 일부 지자체에서는 칠장 기술을 접목한 생활 공예품 개발, 전통공예 관광 체험, 문화산업 연계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통 기술의 현대화와 실생활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습니다.
마무리칠장은 단순한 전통 기술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인의 섬세한 미감과 자연과의 공존 철학이 담긴 유산입니다. 표면을 덧입히는 기술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정신적 수양, 자연과의 소통, 과학적 분석, 예술적 감각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있습니다.
현대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통 장인 기술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지만 칠장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지닌 기술은 반드시 보존되어야 합니다. 문화재로서의 보호를 넘어서, 칠장이 일상과 산업 속으로 녹아들어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문화로 거듭나야 할 시점입니다.지금 우리가 이 기술을 어떻게 계승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세대가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잇게 될지 결정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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