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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두석장 기술, 금속공예 무형문화재의 현주소국가문화재 2025. 7. 10. 13:35
한국 전통문화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숨은 장인들이 존재합니다.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두석장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전통 공예라 하면 나전칠기, 도자기, 목공예를 떠올리지만 이 모든 예술을 완성하는 보이지 않는 손, 즉 장신구와 금속 장식을 제작하는 장인이 바로 두석장입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이 고도의 기술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석장이란 무엇이며 그 역사적 가치와 기술의 전수,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전승의 위기와 해결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해보려 합니다.
두석장이란 무엇인가?두석(頭錫)이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두석은 전통 가구나 공예품에 쇠붙이 장식을 부착하는 작업, 또는 그 장식을 만드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에 종사하는 장인을 두석장이라 부릅니다.
두석장은 주로 다음과 같은 작업을 수행합니다.
금속 장식 제작: 경첩, 고리, 자물쇠, 손잡이, 테두리 장식 등
조각과 문양 새김: 용, 학, 박쥐 등 길상 문양을 정교하게 새김
접합 및 마감 작업: 목공예와 금속의 조화를 고려한 설계 및 부착
전통 목가구, 혼례함, 불교 의식구, 목조건축물 등의 세부 장식에 이 두석장의 손길이 들어갑니다.
즉, 두석장 없이는 한국 전통 공예가 완성될 수 없습니다.
두석장 기술의 역사와 전통두석장 기술의 뿌리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금속공예는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었으며, 두석장은 궁중에서 제작되는 가구나 의식구에 투입되는 왕실 직영 장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두석장의 수요가 더욱 증가합니다. 목가구의 대중화와 함께 개성과 권위를 드러내기 위한 장식물로 금속 문양이 중요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순은, 황동, 동판 등을 직접 다루며 수작업으로 모든 문양을 새겼습니다.
과거에는 전국의 여러 장인이 각자 독자적인 문양과 기법을 개발하며 지역별 유파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라도: 나전칠기와의 결합이 많아 섬세한 문양이 발달
경상도: 실용성과 튼튼한 위주의 금속 제작
서울/경기: 궁중 스타일의 화려하고 정제된 장식
하지만 현재는 전국을 통틀어 전승자가 손에 꼽힐 정도로 급감한 상황입니다.두석장의 현주소: 전통의 단절과 소멸 위기
두석장은 1986년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되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후계자 부족가장 큰 문제는 젊은 세대의 진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두석장은 단순한 금속 세공을 넘어서 문양의 의미, 목가구 구조, 도금 및 산화 반응’등 복합적인 기술과 지식이 요구되는 고난도 작업입니다.
수련 기간만 최소 10년 이상 걸리며, 경제적 보상이 적고 사회적 인식도 낮기 때문에 젊은 장인이 유입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장의 붕괴전통 가구나 혼례용 함, 불교 의식용 기물이 더 이상 대중적으로 소비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결혼, 제례, 이사 등 주요 삶의 전환점에서 필수품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실용성과 대체재로 인해 수요가 거의 없어진 것입니다.
문화행정의 형식주의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일부 전수관이나 체험형 프로그램은 존재하나, 이는 대부분 형식적 공연 또는 전시 위주의 전승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실제 작업 공간, 재료 지원, 마케팅 플랫폼 제공 등은 여전히 부실합니다.
두석장이 가진 문화적 가치와 예술성
두석장은 단순히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이자 전통의 해석자입니다. 그들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상징성과 철학
두석장 문양에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쥐 문양은 복(福)을, 연꽃 문양은 깨달음을, 구름은 길함과 운수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문양은 한국인의 세계관과 미의식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조화의 미학목재와 금속, 강함과 부드러움, 기능성과 장식성. 이 모든 것을 한 작품 안에서 조화롭게 융합하는 능력은 두석장만의 독창성입니다.
특히 전통 목가구에 사용된 금속 장식은 수백 년이 지나도 쉽게 녹슬지 않고 원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기술의 정밀성을 보여줍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두석장이 제작한 작품은 모두 자연 재료 기반이며 재사용 가능하고 친환경적입니다. 이는 현대 디자인 철학과도 맞닿아 있으며,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예입니다.
두석장 전통 계승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두석장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선 기존의 전시 중심 보호 정책에서 벗어나 실용성과 시장성, 교육성을 결합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교육 콘텐츠화두석장 기술을 디지털 기반 교육 콘텐츠로 제작해 전국 초중고 및 대학의 예술교육에 포함해야 합니다. 특히 전통 금속 문양 디자인, 도면 그리기, 금속 연마 등을 체험형으로 구성해 흥미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현대 공예와의 협업젊은 공예 디자이너와 두석장이 협업하여 현대 인테리어 소품, 액세서리, 가방 장식, 조명 등으로 확장하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이미 몇몇 장인은 금속 북마크, 책갈피, 키링 등을 제작하며 현대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문화+관광 상품화두석장 기술을 보유한 장인이 활동하는 지역(예: 전주, 남원, 안성 등)을 중심으로 전통 금속공예 체험관, 워크숍, 팝업 전시 등을 운영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연결됩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나만의 전통 금속 장식 만들기 프로그램은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보이지 않는 손의 예술, 두석장을 다시 바라보자두석장은 언제나 뒤에 있던 장인이었습니다. 화려한 가구의 주인공도 아니고 눈길을 끄는 전시물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금속 장식 없이는 그 어떤 전통 작품도 완성될 수 없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두석장은 단순한 금속 세공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철을 다루며 철학을 담아내는 장인의 숨결입니다.
사라진다고 해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예술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잃어버리면 안 되는 전통입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가치를 다시 조명할 시간입니다.'국가문화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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