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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유기장(鍮器匠)의 주석그릇 제작 과정과 현대 활용법국가문화재 2025. 7. 24. 08:25
유기(鍮器)는 전통 금속공예의 정수로 주석과 구리를 섞어 만든 합금으로 탄생합니다.
그릇으로 사용될 때는 방짜유기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밥상 문화를 대표하는 전통기물입니다. 유기장은 이 유기를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장인을 뜻하며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유기그릇은 단순한 식기가 아닌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오늘날 스테인리스와 도자기가 주류인 시대에 유기그릇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기능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전통의 힘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유기장이 만드는 주석그릇의 전통 제작 과정과, 그것이 현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활용되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해봅시다.
유기장이란 누구인가요?
유기장(鍮器匠)은 전통 금속기물인 유기를 제작하는 장인을 뜻합니다.
유기는 구리(Cu)와 주석(Sn)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만든 합금으로 이를 주물하거나 두드려서 그릇, 숟가락, 촛대, 제기 등의 형태로 완성합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7호로 지정된 유기장 기능은 조선시대 궁중의 식기와 제사용 도구 제작에 활용되었으며, 왕실과 종가에서 특별히 관리하고 보존되던 고급 기술이었습니다.
유기의 금속적 특성은 열전도율이 낮아 음식의 온도를 오래 유지해주고 항균성이 높아 위생적인 장점까지 갖고 있어 오늘날에도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유기의 종류와 용도
유기는 제작 방식과 용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주조 방식의 유기, 둘째는 방짜유기라 불리는 단조 방식의 유기입니다.
주조 유기는 액체 상태의 유기합금을 거푸집에 부어 만드는 방식으로 대량 생산에 유리합니다. 반면 방짜유기는 금속을 망치로 두드려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며 훨씬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고급 제품으로 취급됩니다.
유기장 기능보유자는 이 방짜유기를 전통 방식으로 수작업해내는 숙련된 기술자입니다.
방짜유기로 제작되는 주석그릇은 밥그릇, 국그릇, 접시, 대접, 종지, 제기, 술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특히 온도를 잘 유지하는 특성 덕분에 밥그릇은 뜨거운 밥을 오래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고 국그릇은 식지 않게 유지해주는 기능성을 지닙니다.
유기 제작 과정의 전통 기술
유기장이 전통 주석그릇을 제작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기계화가 거의 되지 않은 매우 정교한 작업입니다.
재료 배합 (주석 + 구리)
유기의 핵심은 비율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기장은 구리 78%, 주석 22%의 비율로 금속을 배합합니다. 이 비율은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색과 소리를 내는 최적의 조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금속 용해
선별한 금속을 고온(1,200도 이상)에서 녹이는 용해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때 불순물을 제거하고 합금의 균일한 혼합을 위해 지속적으로 저어줍니다. 유기장은 불꽃의 색과 용해된 금속의 점성을 보고 정확한 상태를 판단합니다.
주괴 주조
용해된 금속은 틀에 부어 주괴(鑄塊)라는 금속 덩어리로 만듭니다. 이 주괴는 두드려 그릇으로 변형되기 전의 기본 재료입니다.
단조 작업 (방짜)
주괴가 완전히 식으면 이를 수차례 불에 달구고 망치로 두드리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은 금속을 점차적으로 얇고 넓게 펴는 단계로 수백 번 이상의 타격을 통해 강도와 밀도를 높입니다.
망치질의 리듬과 강도는 장인의 손끝 감각에 의해 결정되며 방짜유기의 음색과 두께는 이 타격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성형 및 다듬질
원하는 그릇 모양으로 성형된 금속은 표면을 연마하고 정밀한 손질을 통해 최종 형태를 갖춥니다. 이 단계에서는 그릇의 높이, 곡선의 균형, 두께 등을 미세 조정합니다.
표면 마감 및 연소 처리
마지막으로 표면을 연마해 은은한 황금색 광택을 냅니다. 과거에는 잿물이나 쌀겨로 마감 처리를 했으며 요즘도 천연 연마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일부 고급 제품은 나무숯 연소처리를 통해 표면을 안정화시키기도 합니다.
유기의 현대적 가치와 활용법
최근 들어 유기그릇은 단순한 전통 소품을 넘어서 고급 식기이자 건강한 식생활 도구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유기장의 전통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기 제품은 다음과 같은 현대적 활용이 가능합니다.
프리미엄 식기 브랜드와 협업
일부 유기장들은 현대 디자이너와 협업해 프리미엄 유기 테이블웨어 브랜드를 런칭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유기접시, 유기머그컵, 유기 와인잔 등이 출시되며 백화점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인기몰이 중입니다.
건강한 식생활 도구
유기는 항균성이 높아 음식물의 부패를 방지하고, 식중독균 발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특히 어린이용 밥그릇, 이유식 용기, 국그릇 등은 위생적이며 안정적인 식기 옵션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제사 및 의례용 기물
종가나 사찰에서는 여전히 유기를 제기나 의례용 그릇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기 그릇이 지닌 격식과 정결함의 의미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현대식 아파트 가정에서도 추석이나 명절을 위한 유기 제기세트를 구매하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전시·예술품으로 활용
장인의 유기 제품은 조형미와 상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단순한 식기에서 벗어나 미술 전시회나 공예품 컬렉션으로도 사용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공예박람회 등에서는 유기장이 만든 예술적 작품이 전시되기도 합니다.
유기장의 기능 전승과 과제
유기장 기술은 국가에서 지정한 무형문화재지만 후계자 양성과 제작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해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손으로 두드리는 방짜유기 기술은 기계로 대체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전승의 중요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부와 문화재청은 전승자 지원, 교육 프로그램, 유기문화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유기장 기능의 지속 가능한 보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반인들이 유기를 이해하고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체험형 공방이나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마무리: 유기, 단순한 그릇이 아닌 유산
국가무형문화재 유기장이 만든 주석그릇은 단순히 전통적인 식기를 넘어서 수백 년간 축적된 장인의 기술과 철학, 그리고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담고 있는 상징적 유산입니다. 그 제작 과정 하나하나에는 인간의 정성, 과학, 예술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문화 속에서도 느림과 정성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고 있습니다. 유기그릇은 바로 그 중심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전통의 가치를 되새기게 해줍니다.
이제는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현대의 삶 속에서 유기장을 재조명하고 실천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합니다.'국가문화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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