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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끝으로 즐기던 문방구의 세계, 슬라임과 점토 지우개의 시대
    문방구와 추억의 물건 2025. 10. 9. 08:15

    요즘의 슬라임은 반짝이, 펄, 향기, 다양한 색감으로 꾸며져 있지만 처음 등장했을 땐 단순했다. 투명하거나 탁한 젤리 같은 물질이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었, 뚜껑을 열면 특유의 고무 냄새가 퍼졌다. 그것을 손으로 꺼내면 미끌거리는 차가움이 전해졌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그 감촉은 단순히 장난감이 아니라 감각의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그것을 쥐었다 폈다 하며 탄력감을 느끼고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이게 살아있는 걸까? 하며 호기심을 키워갔다.
    어쩌면 슬라임은 과학보다 빠르게 어린이들에게 촉감이라는 감정의 언어를 가르쳐준 존재였다. 

    이 글에서는 슬라임과 점토 지우개는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주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점토 지우개의 추억

     

    점토 지우개, 손의 온도를 닮은 문구

    점토 지우개는 말랑한 고무 덩어리 같았다. 지우개인데 늘어나고, 손으로 비비면 점점 부드러워졌다. 그 특유의 고무 냄새와 질감은 이상하게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그것으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손 안에서 뭉쳐 스트레스를 풀었다.

    손의 열이 닿을수록 지우개는 더 유연해졌고, 그 감촉은 마치 손끝으로 조각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미술 시간에는 연필 자국을 지우면서도 그 질감에 마음을 빼앗겨 잠시 다른 세계로 빠져들곤 했다.
    단순한 문구였지만,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정을 어루만지는 작은 예술 재료였던 셈이다.

     

    손의 감각으로 놀던 시절, 느림의 행복

    그때 우리는 스마트폰도, 디지털 화면도 없었다. 대신 손끝으로 세상을 느꼈다.
    슬라임의 차가움, 점토 지우개의 말랑함, 연필의 나무 질감, 그 모든 것이 감각의 교육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촉감을 화면 속에서만 경험하지만, 그 시절엔 모든 감각이 직접적인 경험이었다. 점토 지우개를 누르고, 슬라임을 늘이고, 종이에 그은 선을 손으로 문질러 지우던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만지는 즐거움을 배웠다.

     

     

    추억이 된 문방구, 감성의 리와인드

    세월이 흐르고 문방구는 점점 사라졌다. 대형 문구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그 공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냄새와 감촉이 남아 있다.

    최근 레트로 감성이 다시 인기를 얻으며 문방구 물건들이 복고풍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SNS에는 어릴 때 갖고 놀던 슬라임 다시 만들어봤어요, 옛날 점토 지우개 냄새 기억나세요? 같은 글들이 넘친다. 사람들은 그 물건을 다시 손에 쥐며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감정의 복원을 경험한다.

    어쩌면 문방구의 힘은 기억을 만지는 능력이 아닐까.
    한때 손끝으로 느꼈던 감촉이이제는 마음을 치유하는 따뜻한 기억이 되어 돌아온다.

     

     

    손끝이 기억하는 행복

    책상 서랍 어딘가에 아직 남아 있는 딱딱해진 지우개 한 조각이나 묵은 슬라임 통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내 손에 쥐어보자. 처음엔 낯설고 차갑겠지만 곧 손의 온도에 맞춰 부드러워질 것이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아, 이 감촉이 내 어린 시절의 온도였구나.

    문방구는 사라졌지만, 그 안의 감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가 잊지 못하는 건 단지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을 통해 느꼈던 순수한 감정의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손끝의 위로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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