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한 개로 세상을 샀던 시절, 문방구 진열대의 마법

문방구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반겨주던 건 색색의 연필이나 공책이 아니라 유리 진열대 속에서 반짝이던 과자들이었다.

그 진열대는 마치 작은 보물 상자 같았다.
투명한 유리 너머에서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초코볼, 꾀돌이, 빠다코코낫, 별사탕, 쫀드기…
100원짜리 동전 하나만 쥐고 있어도 세상 모든 게 내 손에 들어올 것만 같았다.

 

 

문방구 진열대는 꿈의 무대였다

문방구의 과자 진열대는 단순히 간식을 파는 공간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아이들의 꿈과 선택의 자유, 그리고 작은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문방구로 달려가 진열대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늘은 뭐 먹을까?”
그 말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사라졌다.

투명한 유리 안에 가득 쌓인 알록달록한 과자들은 마치 무지갯빛 보석처럼 반짝였고, 그 앞에 서면 누구나 잠시 시간 여행자가 되었다.

 

 

동전 한 개로 누리던 세상

그 시절 100원은 지금의 1만 원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손바닥에 동전 하나를 꼭 쥔 채 문방구로 향할 때의 설렘, 그 순간의 감정은 아직도 선명하다. 유리 진열대 앞에서 고민했다.
‘빠다코코낫을 살까? 뽀빠이 과자를 살까?’
결정을 내리기까지 5분은 걸렸고 주인아저씨는 그런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기다려주셨다. 그 작은 선택 하나에 아이들의 하루가 행복으로 채워졌다.
과자를 사서 친구와 반씩 나눠 먹으며 “이게 진짜 맛있어!” 하던 웃음소리.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순수의 시간이었다.

 

 

유리 진열대 속의 작은 세계

문방구 과자 진열대는 하나의 세상 축소판이었다. 비닐에 싸인 과자 봉투, 알록달록한 포장지 그리고 무심히 붙어 있는 손글씨 가격표. 그 진열대 앞에서 우리는 선택을 배웠다.
한정된 용돈 안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걸 고르는 연습.

그건 어린 시절의 첫 번째 경제 수업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언제나 설렘이 있었다. 포장을 뜯기 전까지 어떤 맛일지 모르는 불확실함. 그게 바로 문방구 과자의 매력이었다.
어쩌면 인생도 그와 비슷하다.
결과는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진열대 앞에서 피어난 우정

문방구는 혼자 가는 곳이 아니었다. 항상 친구들과 함께였다.
“나 이거 살게.”
“그럼 나는 이거!”

각자 산 과자를 섞어 돌려 먹고,
“이건 네가 산 게 제일 맛있다”며 웃던 그 시간.
그 웃음이 문방구 안을 가득 채웠다.

진열대 앞에서 친구와 나란히 서 있던 그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우정의 초상화였다.
거기엔 경쟁도 계산도 없었다. 오직 함께하는 즐거움만 있었다.

 

 

사라진 진열대, 사라진 설렘

이제는 그 문방구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대신 편의점의 깔끔한 진열대가 들어섰지만 그곳에는 온기가 없다. 너무 정돈되고 너무 규칙적인 세상. 제품은 많아졌지만 선택의 설렘은 줄었다.
어릴 적 유리 진열대 앞에서 느꼈던 그 두근거림은 더 이상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다.

지금도 가끔 오래된 동네를 지나다가 간판이 바랜 문방구를 보면 발걸음이 멈춘다. 닫힌 셔터 너머로 한때 빛나던 진열대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하다.

 

 

문방구 진열대가 남긴 것

문방구의 과자 진열대는 사라졌지만 그때 우리가 느꼈던 감정은 아직 남아 있다.
기다림, 선택, 설렘 그리고 작은 행복.

그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그 시절의 설렘을 떠올려보자. 과자 하나에도 웃을 수 있었던 마음, 그게 바로 행복의 본질 아니었을까.

 

 

마무리하며

문방구 과자 진열대는 아이들의 세상, 우정의 시작, 행복의 출발점이었다. 작은 유리 상자 안에서 우리는 꿈을 골랐고 그 꿈은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다음 번에 오래된 골목을 지날 때 혹시 낡은 문방구가 보인다면 그 앞에서 잠시 멈춰 서보자. 그곳에는 여전히 당신의 어린 시절이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